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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대학원 생활

실험실 출근 첫날, A to Z (2)

 

글 · 사진 | 세발이, sebari

 

이전 글의 내용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https://sebari.tistory.com/12)

 

 


저번 글에서는 실험실의 출근한 첫날, 사수와 함께 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이제는? 사수가 나를 케어해주지 못하는 시간 동안 내가 혼자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다면) 실험실은 내가 앞으로 2년~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낼 곳이다. 그리고 아마도 대학원 과정 동안 집에 있는 시간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바로 이 곳, 실험실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이공계생...ㅠㅠ) 그러니 이 실험실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지는 것이 대학원 생활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험실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나는 실험실에 익숙해진다고 하는 것의 의미를 '어떤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기구 (혹은 머터리얼들)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정의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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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랩 지도 그리기

제목만 보아도 내가 이제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실험실 내부의 지도를 본인이 직접 그려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실험실 안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으므로 시작은 겉으로 보이는 기구들의 위치를 아는 것부터 해보자. 모양만 보아서는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기계 겉에 붙어있는 스티커에 나와있는 단어들을 구글에 검색해보자. 조금 더 정확한 기계의 이름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중 하나의 링크로 들어가 설명을 읽어보면 이 기계가 무슨 일을 하는 기계 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큼직큼직한 기구들을 먼저 적어보자

 

간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실험실에 처음 온 입장에서는. 출근 첫날부터 실험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니기가 부끄럽다면, 본인의 실험 테이블 주변에 있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며칠이 지나 실험실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실험대 아래의 서랍들도 열어보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도 노트에 정리해보자.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정확히 몇 번째 서랍, 어느 박스,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기록해두는 것이다. 이 행동의 진가는 곧 나타날 것이다. 초반에는 실험에 필요한 머터리얼들의 위치를 자주 헷갈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펼쳐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02. 실험기구의 용도 파악하기

첫 단계를 잘 해냈다면 이제 다음 단계이다. 이번에도 제목이 다했다. 진짜 말 그대로 실험기구들이 언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를 파악하면 된다. 방금 한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한다면 이렇게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랩 지도를 그리는 것은 어느 기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고 실험기구를 파악하는 것은 어느 기구로 어떤 실험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구글에 실험기구를 검색하고 그중 하나의 링크로 들어가서 설명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냥 살펴보기만 해도 어느 정도는 감이 올 수 있다.) 이런 식이다. 

 

구글에 sonicator를 검색한 화면이다.

 

정확한 사용법을 공부하지는 않아도 된다. (사수가 앞으로 친절히 잘 알려줄 테니까 :>) 하지만 이 기구가 어떤 스텝에서 무슨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는지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이것도 물론 사수가 설명을 덧붙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미리 한 번 알고 사수에게 다시 설명을 듣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채 설명을 듣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그런데 만약, 아무리 검색을 해보아도 이게 대체 어떤 기구인지 모르겠다면?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 조심스레 나의 올챙이 시절을 떠올려본다.... ㅇ0ㅇ) 사수가 돌아왔을 때 질문을 하면 된다. 본인이 실험실에서 어떤 기구들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조금 살펴보았고 검색을 해보았는데 다른 건 다 나오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실험에 대한 진지한 마음과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보이는 후배를 못마땅해하는 사수는 없다. 걱정 말고 물어보자. 

 

 

 

 

지금까지 실험실 첫날, 혼자서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두 가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너무 간단하고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신입생 시절일 때를 돌이켜보면 taq polymerase가 어디에 (어느 냉장고, 몇 번째 칸, 어느 박스에!!!) 들어있는지, 아가로즈 젤을 만들기 위한 준비물들은 어디에 있는지를 항상 헷갈려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몇 달 동안 이 상태는 지속되었다!! ㅠ0ㅠ) 신입생 입장에서는 배울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머터리얼의 위치들을 정확하게 노트에 적어두지 않으면 다음에 혼자 실험을 할 때 멘붕의 상태가 된다. 들을 때는 그 정도야 기억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겠지만, 한 번만 믿고 진짜 진짜 꼭꼭! 기록을 잘해두시길...! (나중에 사수한테 여러 번 물어보다 왜 맨날 물어보냐고 혼나지 말고...ㅎ)

 

이 글의 내용을 영상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로 ↓

https://www.youtube.com/watch?v=rfEy2SatF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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