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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대학원 생활

대학원생의 시간관리

 

 

글 · 사진 | 세발이, sebari   

 

 

대학원생들에게 시간관리는 정말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는 대학원에서 보내는 2년의 시간 (석사의 경우), 혹은 5년의 시간 (박사의 경우)이 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도 그리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대학원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보니, 어떠한 주제에서 연구를 진행하여 성과를 내기까지의 시간으로서는 대학원생의 기간이 터무니없이 매우 짧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심지어 석사의 경우, 연구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트레이닝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실험적인 스킬에 익숙해지고, 쓸만한 데이터를 모으고 그 데이터들을 분석하여 성과를 내기까지 해야 하는데 2년이라니!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게다가 실험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대학원생이라고 하는 직책이 교수님 심부름도 해야 하고, 수업도 들어야 하고, 논문도 많이 읽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학원생으로 보내는 시간 동안 질 좋은 데이터를 많이 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시간관리가 동반되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도 구글 캘린더를 이용한 시간관리를 시작하고 그것에 익숙해지고 나서 좋은 퀄리티의 데이터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구글 캘린더를 이용한 대학원생의 시간관리법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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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주간 계획 (weekly plan)을 짜기

시간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언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알아야만 한다. 시간관리가 익숙한 사람의 경우에는 연간 계획을 짜고, 월간 계획을 짠 이후에 그에 맞추어 주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지만, 처음 시간관리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판에 연간 계획부터 세우라고 하면 너무 막막할 수도 있으니 주간 계획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 주간 계획은 보통 이전 주 금요일 오후에 세운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이 랩 미팅 날이어서 교수님으로부터 실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후에 계획을 짜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한 주 동안 나온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주의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오피셜 하게)한 주의 실험이 끝나는 금요일이 가장 계획을 짜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나의 온 기억을 집중해서 엄청 사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해야 하는 모든 일을 다 적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수업, 약속, 랩 미팅, 해야 할 실험들, 세미나 일정 등을 모두 리스트 업하여 주간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작성해본다면 이런 식이다

 

 

02. 시간계획을 짜기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적었다면 이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작업으로 들어간다. 우리의 목표는 오늘 할 일을 오늘 다 해내는 것을 넘어서서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오늘의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다.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을 예로 들어보자. 'cloning'이라고 하는 실험과 'drug treatment'라고 하는 실험을 하는 것이 이 날의 일정이다. 이제부터는 이 cloning이라고 하는 것과 drug treatment라고 하는 실험을 스텝별로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스텝일지라도 세부과정으로 적어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drug treatment의 첫 번째 과정인 세포를 관찰하고 사용할 미디아를 워밍 하는 과정이 매우 단순한 과정이라고 해서 세부 스텝을 나눌 때 적어두지 않았다고 해보자. 정신없이 바쁜 어느 날, media warming을 깜빡하게 되고 drug dilution을 하고 나서 media를 꺼내려고 water bath 뚜껑을 열었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media가 없다! 헐레벌떡 냉장고에서 미디아를 꺼내 워밍을 시켜보지만 그다음 실험 스케줄들은 이미 점점 뒤로 밀려가고 있다. (아마.. 세포 실험을 하는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쨌거나 포인트는 아무리 단순한 과정이라도 이 때 꼭! 적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부 과정들을 나누었으면 각각의 세부 과정들에 걸릴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간들을 생각해서 옆에 적어본다. 처음 이 과정을 거치는 분들은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반드시 이 시간대로 맞춰서 끝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 부담 없이 예상 시간을 옆에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때 예상 시간은 본인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조금 더 길게 잡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딱 맞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닌 경우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보다는 시간이 남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으니 처음 예상 시간을 잡을 때 부디 넉넉하게 잡기를 바란다.)

 

세부과정 옆에 예상 시간들을 적어보자. (꼭!)

 

 

03. 구글 캘린더를 작성하기

이제 구글 캘린더를 작성할 모든 준비는 끝났다. 본격적으로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작성해보도록 하자. Google로 들어가서 로그인을 한 뒤, 오른쪽 상단에 있는 번호판 같은 것을 눌러 구글 캘린더로 들어가 준다.

 

구글에 접속해 구글 캘린더로 들어가보자!

 

그리고 이제 여기에서 우리가 열심히 시간계획을 짠 것들을 순서대로 기입해주면 된다. 참고로 말하자면, 한 번 클릭을 누르면 30분 단위의 스케줄이 생긴다. 드래그 앤 드랍 스킬로 빈 공간들을 채워주면 된다. 

 

01)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스케줄부터 시간 분배를 할 것!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스케줄을 먼저 채우는 것이다. 앞에 예상시간을 모두 더해보면 cloning이라는 실험은 총 9시간 30분이 걸리고 drug treatment라고 하는 실험은 1시간 20분이 걸리므로 cloning 실험을 먼저 구글 캘린더에 적어주어야만 한다.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자. 만약 적은 시간이 걸리는 실험을 오전에 먼저 계획하여 한 뒤 오후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스케쥴을 살펴보니 10시간이 걸리는 실험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실험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아.. 이 실험은 그냥 내일 시작할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의 할 일을 마무리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에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진다.

 

02) 언제 시간이 비는지 살펴볼 것!

오랜 시간이 걸리는 스케줄을 먼저 구글 캘린더에 적었다면, 이제 내가 꼭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을 체크해보자. 예를 들면, PCR 실험의 경우 내가 꼭 PCR 기계 앞에서 실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서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PCR 기계가 알아서 실험을 진행시켜 준다.

 

나의 경우 빨간 테두리로 표시한 시간이 비는 것을 확인하였다.

 

02) 비는 시간에 짧은 스케줄들을 끼워 넣을 것!

우리는 이런 짬이 나는 시간들을 찾아서 수업을 다녀오거나, 점심 식사를 하거나, 조금 시간이 덜 걸리는 스케쥴들을 이 사이사이에 테트리스 하듯이 잘 끼워 넣으면 된다. enzyme cut이 되고 있는 동안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1시간 20분의 시간이 걸리는 drug treatment 실험을 하는 식이다. 

 

 

 

 

04. 지치지 말고 실천하기

지금까지 한 방법과 똑같이 일주일의 일정을 구글 캘린더에 채운다. 그리고 그 계획을 따라 몸을 움직인다. (그러면 끝!)

사실 말만 들으면 엄청나게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직접 실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실제로 이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곧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계획대로 챡챡챡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것을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나도 처음에 겪은 일들이고 그리고 시간관리를 해보자고 결심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을 일들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꾸 스케줄이 예상과는 엇나가더라도 계속해서 시간계획을 하고 수정을 하고 다시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추측하기로는 아마도 어떤 일을 할 때마다 여러분들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에 걸리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았을 때 열에 아홉은 그랬다.) 병원을 가는 스케줄을 잡았는데 이동 시간을 생각하지 않았거나 (본인이 축지법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날 따라 유독 병원에 환자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웨스턴 블랏을 하려고 단백질을 로딩했는데 젤이 덜 굳었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우리에게는 종종 일어난다. 그리고 제대로 실험이 되었지만 내가 예상한 시간을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gene clean을 하는데 30분을 배정했는데 50분이 걸리는 등의 그런 일들이다.

 

만약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서 (혹은 다른 이유들로 인해서) 스케줄이 바뀌게 되었다면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그때그때 구글 캘린더에 적힌 일정들을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밀면서 수정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 상 스케줄을 바로 수정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 보다는 그때 바로 스케쥴을 수정해두는 것이 더 일의 능률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생각보다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혼자서 자잘한 일들까지 머리로 기억하려 애쓰지 말고 스케줄은 구글 캘린더에게 맡겨두고 나는 그때그때 할 일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도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다음 일정을 생각하면서 지금의 할 일을 하다가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허둥대거나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하는 경험을 하였다. 

 

 


 

 

이렇게 구글 캘린더를 적고 피드백을 하면서 스케줄에 맞추어 생활하는데 익숙해지면 점점 더 본인이 처음 계획을 세우는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의 희열이 엄청나다! 진짜로!) 나는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부디 이런 느낌을 받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될수록 하루가 생각보다 길고,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시간 관리가 익숙해지면 실제로 본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많아지는 효과가 난다. 시간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데, 본인은 여러 가지의 일을 같은 시간동안 할 수 있으니 시간이 2배 내지는 3배 많아지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껴진 시간은 다시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논문을 읽거나, 다른 실험을 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창조경제다!). 이 차이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작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졸업할 때 정말 큰 차이로 나타난다. 부디 여러분들 모두가 꾸준히 열심히 시간관리를 해서 좋은 데이터들을 많이 가지고 졸업하게 되기를! 내 생각에 이렇게나 긴 글을 끝까지 읽은 분들이라면, 아마 시간관리를 하는 일도 묵묵하고 꾸준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고된 대학원 때의 시간이 빛나는 미래의 시간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뿅! 

 

 

 

(영상으로 이 내용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요기로 ↓)

https://www.youtube.com/watch?v=f_7Sdp4M7nk&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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