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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실험실 잡학사전

실험실에 있는 레시피와 쿠킹북

 

 

 

 

 

글 · 사진 | 세발이, sebari

 

 

 

실험실에 있다 보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의 뜻과는 조금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을 종종 만난다. 오늘은 그중에서 레시피와 쿠킹 북이라고 하는 실험실 용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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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recipe), 라고 하는 단어는 실험실에서 정말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되는 용어인 것 같다. PBS 버퍼 레시피, transfer 버퍼 레시피, sodium acetate 레시피 등, 모두 언급하진 못하지만 실험실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 top 10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느낌상은 그렇다. 아님말구.)

 

일반적으로 'recipe'라고 하는 단어는 '조리법, 요리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의미도 비슷하다. 어떤 용액(=버퍼)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적어놓은 문서라고 하면 될까? 버퍼를 만들 때, 어떤 파우더들을 얼마나 어디에 넣어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만들어야 하는지,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적어놓은 문서를 레시피라고 부른다. 혹시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은 구글에 TBS buffer recipe나 PBS buffer recipe 등을 검색해서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될 듯싶다. 사실 레시피라고 하는 단어가 너무 찰떡이라, 다른 어떤 단어와도 대체 불가능하고 설명도 불가능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쿠킹 북은? 이미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실험실에 있는 레시피들을 모아놓은 책이나 파일을 쿠킹 북이라고 부른다. 오래전, 누군가가 '여기에 레시피들을 모아두었으니 요리책(=쿠킹 북)이라고 부르자'라고 했을 것을 생각하니 뭔가 조금은 재밌다. 이런 실험실 유머가 재밌는 걸 보니 나도 연구실 사람 다 된 듯. (ㅎㅎ) 그런데 요즘에는 레시피들을 프린트해서 책으로 만들어 책장에 두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상에 파일로 정리를 해두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쿠킹 북'이라고 하는 용어를 많이 듣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도 지금까지 6년여의 실험실 생활을 하면서 두세 번 밖에 듣지 못한 단어인 걸 보면 다른 곳에서도 많이 안 쓰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혹시라도 '그럼 프로토콜과 레시피는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궁금증이 생기신 분들을 위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프로토콜은 실험을 하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 적은 문서이고, 레시피는 용액을 만드는 방법과 순서에 대해 적은 문서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정확한 의미를 찾아보려 하였으나 아직 어디에서도 찾지 못해서 내가 느낀 대로 적는다. 이게 사용은 잘하는데 막상 설명을 하려니 조금 어려운 느낌.)

 

예를 들면, cell culture protocol이라고 사용하지만, cell culture recipe라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반대로 TAE buffer recipe라고는 하지만, TAE buffer protocol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제발..!) 아마도 실험실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설명할 수는 없는 조금의 느낌적인 차이들을 모두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설명을 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알고 보면 쓸모가 생기는 생물학 실험실 잡학사전 첫 번째 단어, '레시피와 쿠킹 북'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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