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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실험실 잡학사전

실험실에 있다면, 컨탐을 주의할 것!

 

 

 

글 · 사진 | 세발이, sebari

 

 

 

영단어를 많이 알지도 못하고, 전공자도 아니었던 나를 생물학실험실 생활 일주일 만에 멘붕에 빠지게 했던 그 단어, 컨탐! 오늘은 컨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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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험실들이 그렇겠지만, 생물학실험실에 있다가 보면 조심할 것들이 참 많다.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UV도 조심해야하고, 발암물질인 EtBr도 조심해야 하지만, 또 한 가지! 컨탐을 정말 조심해야만 한다. 내가 대학원 신입생으로 생물학실험실 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날은 졸업을 앞둔 선배와 함께 '미디 프렙 (MIDI prep)'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나는 처음 하는 실험이 버거웠고, 선배는 실험을 곧잘 따라 하지 못하는 내가 버거웠다. 화염 멸균을 하여 대장균을 하베스트 하던 선배에게 내가 물었다. "화염 멸균은 왜 하는 거예요?" "컨탐되니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선배의 말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때의 나는 컨탐에서 컨타미네이션 (contamination)이라고 하는 영어단어를 유추할 만큼 영어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게다가 공대에서 자연대대학원으로 진학을 했던 내가 학부생 때 그런 단어를 들었을 리도 만무했다. 머릿속으로 수십, 수백 번을 '대체 컨탐이 뭐야!!'라고 외치던 나는 용기를 쥐어짜내 선배에게 다시 물었다. "언니.. 혹시 컨탐이 뭐예요?" "컨탐? 컨타미네이션!"

 

 

사실 그 말을 듣고도 한참 동안이나 나는 멘붕에 빠져있었다. '아... 역시 타과로 대학원을 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구나.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아는 게 당연한 용어 같은데, 그것조차 나는 알아듣지를 못하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컨타미네이션이라는 단어가 오염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실험이 모두 끝난 뒤 컴퓨터로 검색을 해보고 나서였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는 컨타미네이션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니, 컨탐이라고 하는 말만 듣더라도 '아~' 하고 단어의 뜻을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조금만 더 설명해보자면, 컨탐은 내가 원하는 타겟 물질에 내가 원하지 않는 물질이 섞이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DNA 프렙을 할 때는, 내가 얻고자 하는 타겟 물질이 DNA이므로 그 외에 RNA나 단백질 같은 것이 섞여 들어가면 '컨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세포를 키울 때는, 내가 키우고자 하는 세포가 타겟이므로 그 외에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나 펀자이(fungi)가 자라면 '컨탐'이라고 부를 수 있고.

 

 

사실 처음에는 나도 동물세포를 키울 때 대장균이나 펀자이에 의한 컨탐만이 컨탐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내가 키우고 있는 것이 대장균이라면? 이스트(yeast)나 동물세포가 섞여 들어갔을 때도 컨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장균이 자라는 곳에서 동물세포가 잘 자라날 확률은 희박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타겟 물질 이외의 것이 섞인다는 것이 '컨탐'을 말할 때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 같다.

 

 

 


 

 

 

알고 보면 쓸모가 생기는 생물학실험실 잡학사전 세 번째 단어, '컨탐'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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