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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실험실 잡학사전

센돌이와 스핀다운

by 홍세발이 2020. 9. 4.

 

 

글 · 사진 | 세발이, sebari

 

 

 

생물학 실험실이라면 하나쯤은 있다는 그것, 센돌이! 오늘은 센돌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실험실 생활을 시작한 첫 주에 나는 타과에서 왔다는 이유로 선배로부터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기구들의 이름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실험실 기구들의 제대로 된 용도와 이름을 쉽고 빠르게 알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생물학 실험실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나에게는 실험실에서 접한 모든 것들이 신문물 같이 느껴졌는데, 그중에서도 '센돌이'라고 하는 용어는 처음 들었을 때 신기하기도 하면서 또 '너무 귀여운 용어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뇌리에 콕! 박혔다. 

 

 

사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많은 용어들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너무 삭막한 느낌이 있다보니 실험실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 이상한 것들에게서 귀여움을 창출해내는 나를 만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몇 가지의 용어는 듣는 이에게 조금은 귀여운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센돌이와 동동이이다. 전에 있었던 회사 사람 중에서 파이펫팅을 뿌까뿌까라고 하는 사람을 보기도 하였으나, 그런 용어는 대중적(?)이지 않은 것 같으니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고. (참고로 동동이는 floating tube rack이라고 하는 워터 베스에서 동동 떠다니는 아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예상하시는 대로 물에 동동 떠다녀서 동동이라고 부른다.. ^^)

 

 

센돌이는 실험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센트리퓨즈 (centrifuge, 원심분리기)를 지칭하는 말인데, 왜 센돌이로 부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까지 내가 만난 모든 생물학 실험실에 있는 사람들은 센트리퓨즈의 애칭이 '센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생명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용하는 용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혹시 모르겠다. 실험을 하다가 센트리퓨즈로부터 귀여움을 창출해내고 싶었던 실험실 선배가 있었던 걸지도...)

 

 

왠지 센돌이의 뜻을 알고 나면 스핀다운의 뜻을 다들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충 스핀도 쉬운 단어이고 다운도 쉬운 단어인데다가, 그 뜻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 명확하게 느껴지기 때문...ㅎ) 모두 추측한 대로, 스핀다운은 스핀 (spin)과 다운 (down)을 합친 용어가 맞다. 센돌이를 돌리면 원심력에 의해서 비중이 높은 것은 가라앉고, 비중이 낮은 것은 위로 뜨게 되는데, 그렇게 센돌이를 돌려 비중이 높은 것을 가라앉게 하는 것을 바로 '스핀다운 (spin down)'이라고 한다. 

 

 

이 전의 여러 글들에서 말했듯이, 생물학 실험실에서 워낙 액체를 많이 다루다보니 센돌이를 돌릴 일이 많다. 하지만 센돌이를 돌리는 모든 경우에 스핀다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고, 볼륨이 적은 경우 (1mL 이하의 람다 단위의 볼륨)에만 특별히 '스핀다운'이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안 그래도) 토탈 볼륨이 적은데 그 중 일부가 ep tube 벽면에 묻어서 실험자가 의도한 볼륨과 다른 상태에서 실험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센트리퓨즈를 돌릴 때 스핀다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같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그렇다.... 하지만 역시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부디 본인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저에게도 나눠주시길....! *_*) 

 

 


 

 

알고 보면 쓸모가 생기는 생물학실험실 잡학사전 일곱 번째 단어, '센돌이와 스핀다운'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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