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질문 그리고 나의 답변, QnA

QnA) 박사를 하면 안정적일까요?

 

 

글 · 사진 | 세발이, sebari

 

 

질문)

무엇보다도 워라밸이 지켜지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박사 학위를 따고 국가기관이나 공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면 안정적일까요?

 

728x90

 

※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 저의 개인적인 주관이 들어가는 문제이기도 하고, 또 제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박사 졸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직접 겪으시는 분들이 느끼시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까봐 여러 사람들이 제게 질문들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티스토리에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유사한 것을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용기를 내어 티스토리에도 내용을 공유합니다. 부디 부탁드리기로는, 박사 졸업생이신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실제 내가 겪은 것과는 다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신다면 꼭 제게 말씀해주세요. (댓글이든 메일이든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점차 내용을 수정해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답변)

질문자님께서 어떤 국가기관연구소나 공기업을 생각하고 계신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국가기관연구소나 공기업 연구소들에서 올라오는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서 석사 졸업자는 비정규직으로, 박사 졸업자는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셔서 제게 이런 질문을 주신 것 같아요. 

 

 

물론 박사 졸업자도 비정규직으로 채용이 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10개의 자리 중 석사 졸업자를 뽑는 자리가 9개의 비정규직과 1개의 정규직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면 박사 졸업자를 뽑는 자리는 7개의 비정규직과 3개의 정규직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절대적으로 예시입니다!) 채용 공고를 보는 사람이 느끼기에 정규직으로 가려면 박사를 해야하는 거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박사 졸업자가 되는 것이 국가기관이나 공기업의 '정규직' 연구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니,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면 박사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석사와 박사 졸업자의 모습을 본 사람으로써 말씀드리자면! 위와 같은 생각으로 '박사 과정'을 선택하는 것은, 언젠가는 나에게 안정성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것을 위해 너무 긴 시간 동안의 불안정성을 선택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현재 본인에게 주어진 마시멜로를 먹지 못하고.. 참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지속되는 것이죠.. ㅠㅠ.. 생각보다도 더 길고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하여 박사 졸업자가 되어 채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짝 나열을 해보자면,

"박사 학위 입학 - 최소 3~4년에서 최대 5~6년+a의 학위 기간 - 1년 이상의 박사 졸업 준비와 디펜스 - 박사 졸업 - (바로 원하는 곳으로 가기 힘들 경우)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박사 과정보다 더 빡세게 포스닥 - 수 십번의 채용 어플라이와 거절 - 채용"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외에도 나열하지 않은 변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박사 졸업자의 경우, 석사 졸업자보다도 더 극악한 서바이벌 과정을 거쳐야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그래서 제가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박사 졸업생이 되는 것이 과연, '안정성'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한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석사로 졸업을 하면 박사로 졸업하는 것보다 쉽게 연구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학사는 학사대로, 석사는 석사대로, 또 박사는 박사대로의 힘든 점이나 스스로가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박사로 입학을 한 모두가 박사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박사로 졸업한 모두가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포닥을 가거나 원하는 곳으로 채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박사 학위자 분들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구요.

 

 

앞서, 석사 졸업자을 뽑는 자리보다 박사 졸업자을 뽑는 자리가 정규직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확률 상으로 보기에는 그렇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채용하는 인원을 살펴보면 석사 졸업자를 채용하는 자리에 비해 박사 졸업자를 채용하는 자리는 확연히 수가 적습니다. 앞에서 저의 주변의 박사 졸업을 하신 분들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간에, 그 조금의 자리를 두고 다른 쟁쟁한 박사 학위자들과 피터지게 싸워야만 한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석사' 졸업이 답이냐? 사실 그것도 제가 확실하게 답을 내려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좀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으셨을텐데... 흑흑.. 죄송해요ㅠㅠ) 저는 여러 번의 생각을 거치고 난 뒤, '나에게는 석사 졸업이 답이다'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만! 다른 분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위에서도 말했지만, 석사 졸업자로 취업을 하거나 박사 졸업자로 취업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 선택의 문제입니다. 제가 질문자님이나 다른 분들께, '제 생각은 이러니 박사를 가면 안돼요!' 혹은 '석사는 안돼요! 박사를 가셔야만 해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니예요. 저는 이런 것들을 알지 못하고 대학원 과정을 시작하였고, 그래서 저보다 늦게 그 과정을 지나려는 분들이 이런 것들을 알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조금 긴 이야기들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 박사 과정을 선택하는 것과, 알고도 감수하겠다고 생각하여 박사 과정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질문자님이 여러 다른 분들이나 여러 컨텐츠들을 통해서, 또 저를 통해서 석사나 박사 졸업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질문자님이 보고 겪을 많은 일들을 통해서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들도 있을테구요. 저는 질문자님이 그런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또 스스로 겪고, 느끼고, 생각하시면서 본인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선택하라는 이야길 해드리고 싶어요. 인생에는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겪어본 사람이 줄 수 있는 답도 있지만, 오직 나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 나만이 맞출 수 있는 답도 있답니다.

 

 

만약 계속해서 석사를 해야할지, 박사를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이 되신다면, 먼저 석사 학위를 겪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생각해요. 그리고 석사를 겪은 뒤에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거죠. '박사까지 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일까? 박사 학위를 해야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요. (제가 석사냐, 박사냐를 고민하다가 석사 졸업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써둔 글이 있는데, 필요하시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sebari.tistory.com/49 )

 

 

많은 분들이 제게 질문을 주시면서 제가 어느정도 명확한 답을 내려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저는 항상.. 질문자분들이 원하는 답을 드리지는 못하는 것 같구요... ㅠㅠ 그건 제가 대학원이라는 곳에 진학하고, 석사나 박사 학위를 하는 것은 반드시! 본인의 의지, 본인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힘든 시간을 겪을 것을 모두가 알고있고, 또 그것들을 겪어야 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인데, 석사나 박사 학위를 선택할 때, 진짜 본인 마음에서 우러난 이유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니까요...!

 

아무쪼록, 질문자님이 많은 생각들 끝에, 본인만의 정답을 찾게 되시기를 응원드립니다. :)

 

 

+)

저도 질문자님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직장, 워라밸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기를 원했는데요. 제가 질문자님과 달랐던 것은 저는 꼭 공기업이나 국가기관연구소만을 목표로 하진 않았어요. 제가 취업준비를 할 즈음 찾아보았을 때는 국가기관연구소나 공기업보다 사기업연구소에서 사람을 더 많이 뽑더라구요, 저는 꼭 국가기관 등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연구원이 되어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기 때문에 나에겐 석사로도 충분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석사 졸업자로 취업을 도전해보자고 생각을 하였고, 다행스럽게도 타이밍이 잘 맞아서, 국가기관연구소에서도 연구원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겪은 것처럼, 살아가다보면 인생은 내가 계획했던 대로만 흘러가지 않기도 하는데요. 때때로는 그 우연이 제게 더 만족할만한 결과를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728x90
반응형